광복75년,한국외교는왜‘동네북’인가
코로나의2차 대유행없이진정세로진입한다는가정하에우리도코로나이후에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한다. 우리외교앞에도사리고있는함정에빠지기전에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무사고, 무원칙, 무전략 외교’(본지2019년 9월 9일<주재우의프리즘>)로 더이상안일하게주변국과대북관계에임할수없다.
日·中의北제재
주지하듯이일본과 중국의대북 독자제재는 우리보다일찍시작되었다.일본의독자제재는북한의첫핵실험이시작되기전인 2006년 7월 5일에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북한의선박 입항과 대북 수출을6개월동안금지하는한시적인조치였다.그러나북한의미사일시험발사와 핵실험이거듭되면서일본의독자제재또한멈추지않고 지속되었다.이들제재에는북한에기항한 모든 선박의일본입항 금지와 자국민의북한 방문 제한, 북한과의수출입및송금 금지, 그리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등북한관계자의방북시일본 재입국 금지와 핵·미사일 개발 관련이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기업의일본내자산동결등이포함되어있고아직도유효하다.
중국은북한의3차핵실험이있은 2013년부터독자제재를 취해왔다. 2013년 9월 23일 중국 상무부는 공업정보화부, 해관총서,국가원자력기구등3개관련부처와공동명의로핵과 미사일,화학과 생물,보충물품등4가지분야에서900여개품목을제재하는이른바 ‘민군 겸용물자와 기술의대북수출금지품목에관한 공고’를 공시했다. 2016년 1월 16일의4차 핵실험이후 4월 5일에중국은북한산광물수입금지의일부품목을 발표한다. 같은해6월 16일에군사관련제재항목과 6월 14일에는 민군겸용물자와 기술의수출 금지품목 등 강도 높은 제재안을 발표했다. 그해12월 10일에는 북한으로부터석탄수입금지령이발표됐다. 12월 23일에는 은, 동,아연,구리등광물수입을추가로금지했다. 2017년1월 25일에또다시민군물자및기술의수출금지리스트가 공시됐다. 8월 25일에는 북한기업과개인의신규사업투자를금지했다.
日·中의南제재
이처럼북한에대한 제재는 자신들의도발이가져온 결과물이다. 그러나 중국과일본의한국에대한 제재는 국가간 현안문제를 해결하지못한 미흡한우리외교력이낳은 결과이다. 중국의제재는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제재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우리대법원배상판결과일본 재산 매각을알리는 공시송달에서시작됐다. 우리가 국가안보와 자국민의권익을위해취한정당한결정이라고항변을제대로 하지못하고 일방적으로 제재를 당하고있는것은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상대방에대한보복제재는꿈도꾸지못했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공시송달을 이행하면 더강한 제재로 응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는이미해묵은 지소미아 폐기카드를 또다시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8월 4일 우리외교부 대변인은같은날가진정례브리핑에서“일본의수출규제조치 철회 동향에 따라 지소미아 효력 종료의 행사여부를 검토해나간다는입장에는 변함이없다”며“날짜에구애받지않고언제든지종료 가능하다”고밝혔다. 작년에이카드가 먹히지않았는데올해는다를까?
日수출규제서해방?
문재인대통령은지난 7월 9일일본수출규제품목을자체생산하고있는산업현장을찾아“우리는일본과다른길을걸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리고우리산업이일본의규제를 자체개발·생산하여스스로 조달함으로써극복하자고 독려했다. 그러나우리산업계는과연그런길로가고있는가?통계는부인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일본이규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을 다른나라에서수입하고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불화수소수입원은중국으로대처되었다. 중국에서의 수입비중은 규제이전 대비 11.8% 증가한 66%를 기록했다. 포토레지스트의공급원을일본에서벨기에로 대처했다. 일본 비중이 6.1% 감소한 대신 벨기에의 것이 5,5% 증가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일본 수입은 0.2%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대만에서의수입이 1.4% 증가한 대신 중국수입시장이 희생되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현실을 부정하고 민족주의로 국민을 또다시현혹시키고 있다.
中한한령서해방?
사드와중국의‘한한령(限韓令)’이라는 비공식제재조치문제에있어서도 정부는국민을 계속호도시키고 있다. 문제의반만 생각하기때문이다. 시진핑중국국가주석의방한에공들이는 이유이다. 정부는그의방문으로한한령의해제를 기대한다. 틀린말은 아니다. 왜냐면 시진핑이대한민국 영토에발을 내려놓는 순간 이는 사드의해결을 의미하기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중국의사드에대한요구조건을충족시키지않았는데시진핑이그런용단을내릴수있을까.우리는아직그에게그런면죄부를주고있지못하다.
우리의외교현실이더욱암울한것은또하나의제재함정이미국쪽에서도사리고있다는현실때문이다. 우리가자칫잘못하면두가지이슈로미국의외교적징벌을받을수있는가능성이다분하다.첫번째이슈는 우리의기업과 상선이북한산 석탄을위장 반입(환적)하는 것을의심받는데있다. 두번째는 우리의정보통신사 중 하나가 화웨이장비의사용을고집하기때문이다. 미국은지난수년동안이문제를예의주시해왔다.
우선 환적에우리나라가 연루된 의혹은 2017년10월 2일과 11일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는 북한의모든광물에대한전면수출금지를한유엔대북제재결의안 2371호를 위반한 것이다. 이후에도 우리의상선과 기업은 환적행각을 계속 벌여왔다. 2018년10월에우리금융기관은북한에석탄 대금지불연루행위가 의혹을 샀다. 외신들이이를 계속 보도하자 청와대까지개입에 나섰다. 그 본보기로 청와대는 미국의 소리(VOA) 기자를 외신출입기자단에서퇴출시켜물의를일으켰다.
이런논란속에서2018년 8월13일에주한미대사가미정부측의경고메시지를알려왔다.그는미국의독자제재가능성과관련해“한국정부의행동을본뒤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우리정부의엄격한대응이없을경우미국의독자제재가능성이열렸다는엄중한경고였다.비록우리정부가선별적으로위반행위를인정하지만이는실제로미국의제재를초래할만한사유와근거가되기에충분하다. 즉,미국이마음만먹으면우리금융기관에‘세컨더리보이콧(유관 3자 제재)’을 적용할수있다는 의미다.이는우리경제에치명적인타격을안겨줄것이다.
美까지매들었는데
우리가미국의경고에둔감한이유는미국이행동을취할조짐이보이지않기때문이다.안일한생각이다.미국이이런이유는미국의외교전통때문이다.우방이자신의전략이익에배치하는행동을해도미국은즉각반응하지않는다.이전에협의를통해시정할수있는기회가주어진다.제대로이행되지않으면징벌조치가뒤를따른다.징벌대상에는우방과동맹국이따로 없다. 미국은이적행위에냉정하다. 가령, 싱가포르기업은북한무기거래와돈세탁지원혐의로2015년과 2018년에각각제재를 받았다.제재명목은이른바‘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이었다.
2019년부터미국은화웨이장비사용에민감한반응을 보였다. LG유플러스가 2019년 3월부터화웨이5G장비를상용화하기이전에미국의경고가있었다.폼페이오국무장관이2월 11일에 화웨이장비를쓰면미국으로선협력하는게어려워질것이라고주의했다.올해7월 21일로버트스트레이어국무부부차관보는“LG유플러스같은기업들을향해믿을수없는공급업체에서믿을수있는업체로옮기라고촉구한다”고 더강력히경고했다.이에LG유플러스측이2021년부터점진적으로화웨이장비구입중단과타사로의전환계획을발표해귀추가주목된다.남북한은사상처음으로주변국의제재를동시에받는참사를겪고있다.이는 ‘우리끼리’ 해결될수있는문제가아니다.현실을직시하고외교적으로풀어야될것들이다.미국의제재가능성을두고동맹이라고안일하게대해서는안 된다. 포스트코로나시대의우리외교는현실을직시할줄아는기반에서재정립되어야할것이다. <경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