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흑인·아시아계아우른‘트럼프맞춤형’저격수
어머니는인도·아버지는자메이카출신…유리천장깨기반복인생“진보적이지만급진적이지않아”…온건책에월가·실리콘밸리도안도초조한트럼프진영“급진좌파”연일원색적공세로경계심드러내
# “모든 후보들공세에준비됐다고 생각했지만,해리스의 공세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해리스에게배를세게얻어맞은기분이었다니까요.”
조 바이든 전미국 부통령이지난해6월 민주당 대통령후보자들의첫TV토론회를 회고하며최근했던말이다.
당시토론회에서카멀라해리스미국상원의원은유력 후보였던 바이든의약점을 맹공격해 유권자들의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바이든이 1970년대초인종차별주의성향의공화당 의원들과 함께‘버싱(Busing)’ 정책을반대했던이유를집요하게물고늘어졌다. 버싱정책이란 인종 간 분리장벽을 철폐하기위해스쿨버스로 유색인종 학생들을 백인 학군으로실어나르던정책을말한다.
해리스는 당시초등학생이었던자신을 떠올리며“그 소녀가 바로 저였다고요!”라며 울먹였고 결국바이든의입에서“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확언을끄집어냈다. 미국언론은일제히1차 토론회에서해리스의판정승을 선언했다. ‘흑인 유권자의 희망’으로 불리며유력한 민주당 대선주자였던바이든은이후의외의‘인종차별’문제로긴곤욕을치렀다.대학졸업무도회에서의‘블랙페이스’ 사진까지드러나며경선낙마위기에빠지기도했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해리스가 부통령자리에‘최적임자’라며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기에이른다. 여성, 흑인, 아시아계, 진보 표심에모두 호소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해리스만 한카드가없다는 평가다. 해리스역시선뜻이를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나 무례하게굴던사람을뽑기는힘든일”이라며바이든의‘관대한 결정’을비꼬며해리스에경계감을드러냈다.
◆명저격수 해리스… “출생·이력조차 트럼프맞춤직격탄”
바이든의해리스낙점은해리스가트럼프대통령에게‘강력한 한 수’가 될수있다는 전략적판단이담겨있다. 해리스의이름이 적힌 바이든의 노트는진작 언론에공개된 터다. 일찌감치해리스를 유력부통령후보로지켜보고있었다는의미다.
로이터는 해리스 의원을 두고 “트럼프를 향한공격에적합한 파트너”라고 평가했고, 미국 정치전문매체폴리티코역시“일반적으로 부통령후보는중요하지않지만, 해리스는중대한 의미를가질수있다”고 지적했다.몇달동안트럼프의자멸을지켜보기만 했던바이든이이제는 새롭고 강력한공격카드를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민주당 한인사는 “바이든은 밝은 조명이비치는 큰 무대에서누군가를생선처럼내장까지발라버릴수 있는 부통령후보를 원했다”면서해리스의‘싸움꾼’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많은언론은 올해대선과정에서해리스가 트럼프를 정면조준한 ‘저격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있다. “해리스의출생과이력은 모든측면에서트럼프대통령을겨냥하고있다”는분석이나올정도다.
1964년 이민1세대인도출신의학자인어머니와자메이카출신경제학자인아버지사이에서태어난해리스의삶은 금수저를 물고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트럼프와 달리유색인종 여성으로서유리천장을부수는과정의연속이었기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리스가 고령과 백인이라는 바이든의단점을 보완하며민주당의전통적지지기반인유색인종과 여성층을 다지기에유리하다는 지적이다.백인과 남성을 겨냥한 유세행보를 이어가는 트럼프로서는부담감으로작용할수있다.
검사출신으로서‘송곳 질의’와 토론에능한해리스 의원은이미‘트럼프 저격수’로서충분한 검증을마쳤다는평가도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간접적이나마 호되게 당한 바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적극적으로 추천해지명된극우 성향의브랫 캐버노 미국연방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카멀라는 그의성폭행의혹을 집요하게물고 늘어지며낙마 직전까지몰아세웠다. 트럼프대통령조차“끔찍하다”고 평가한당시청문회는초선상원의원으로이제막1년의임기를보낸카멀라가일약 전국구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르는계기가 됐다.
아울러법률 전문가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불리할 경우 법률을 유리하게이용하기위해실력행사도 서슴지않는 트럼프 대통령의행보를 가로막을수있다는 것이다.특히11월 선거국면에서가능성이제기되는우편투표무효화와같은트럼프의‘뒤집기’ 전략을사전에차단하고향후백악관에입성할경우트럼프정권정리과정에서발견할수있는법적문제처리에도적합하다는평가다. ◆경계심 높인 ‘팀 트럼프’ vs 첫날부터 맹공
‘팀 바이든’
해리스부통령후보의등장에‘팀 트럼프’는 공세를강화하며경계심을높인상태다.
11일 트럼프대통령은카멀라에대해“내가 ‘가장선호하는(number one)’ 선택지”라면서여유로운모습을보였지만,마이크펜스미국부통령은“바이든과카멀라가집권할경우미국은망할것”이라는공포마케팅을이어갔다.
특히트럼프선거캠프측은 ‘급진 좌파’, ‘사회주의자’, ‘가짜(phony) 카멀라’와 같은 원색적인정치프레임을뒤집어씌운홍보동영상을공개하며해리스의원을향한공세를강화했다.
‘팀 바이든’의반격도 시작됐다. 12일 미국델라웨어주 윌밍턴의한 체육관에동반 출격한 바이든과카멀라는데뷔자리에서부터트럼프대통령을향한강력한공세를 퍼부었다. 마스크를쓰고등장한두사람은 코로나19 사태를보여주는 ‘청중 없는 연설’을 진행하면서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부실대처와지도력부재를정조준했다.
바이든은“미국을 재건할 시점”이라면서“트럼프대통령이안팎으로만들어놓은엉망인상태를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해리스의원을비난한트럼프를 향해서는 “징징대는 것은 트럼프가 미국역사상어떤대통령보다잘하는것”이라고조롱했다.
뒤이어연단에선 해리스는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와 체계적불평등에대한 도덕적심판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경제, 건강, 아이들등우리가 걱정하는모든것이위태로운 지금새리더십이필요하다”면서지지를호소했다.
이어“코로나19가 다른국가보다미국을더심하게강타한 데는 트럼프가 처음부터사태를 심각하게받아들이지않았기때문”이라면서“트럼프가 바이러스가 그냥 ‘기적처럼’ 훅 사라져버릴 것이라며폭스뉴스에서본 기적의 치료법을 밀어붙인 결과,다른나라들이경제를재개할동안미국은다시봉쇄에들어가야했다”고맹공을펼쳤다.
이날 연설에대해 AP는 “청중은 없었지만, 역사가 넘쳐났다”고 호평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은 미국의 코로나19와 인종차별문제해결의적임자를 자처하며, 앞으로트럼프와 싸우기위한 메시지의첫신호를보냈다”고풀이했다.
◆“진보적이지만 급진적이진 않아”… 월가도안도한온건파
미국 월가는 카멀라 해리스의민주당 부통령후보지명에안도의한숨을내쉬고 있다. 해리스가가혹한 월가 때리기나 실리콘밸리공룡 해체를 주장하는급진좌파가아니라 합리적인중도파라는월가의인식을방증하는대목이다.
물론 해리스를 월가 친화적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해리스는 민주당 노선대로 대기업이나 부자들이막대한 혜택을 누리며영향력을 키우는 점을문제삼아왔다.또그는금융거래세를새로부과해헬스케어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찬성하며연방최저임금을시간당15달러로올리는방안도지지한다. 그럼에도 재계와 금융가일각에선해리스의발탁은민주당이코로나19로 무너진경제를재건하기위해온건한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신호하는것으로 보고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JP모건체이스는 해리스의경제정책을“대체적으로중도적인시각”이라고평가했다.
실리콘밸리의표정도 밝다. 적어도 기술공룡 해체를 강력히요구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같은 급진파를 피했다는 안도감이 크다. 해리스는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가짜뉴스 대응을 비판하고,우버등공유차량 기업들이운전자를 직원으로 분류토록하는법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IT 대기업의해체까지나아가진 않았다. 아울러해리스가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둔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라는 점도 기술기업들의 우려를 한풀 꺾어줬다는분석이다.
해리스는 실리콘밸리 지원금도 등에업고 있다.셰릴샌드버그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자폴스키아마존총괄변호사,리드호프만링크드인 공동창업자, 존 도어벤처투자자 등이해리스에돈줄을대는큰손들이다.
오바마 행정부에몸담았던 빌 데일리웰스파고홍보담당자는“해리스는 진보적인가? 그렇다. 그렇다면시스템을 태워버리고 싶어할 정도로급진적인가? 아니다. 그는 시스템을 더튼튼하게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해리스가한층진보적인정책을 요구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요구에부합하지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해리스는 검사 재직시절지나치게가혹한 태도를 보이고 경찰의인종차별적과잉진압을충분히문제삼지않았다는비판이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