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브랜드칼럼
현 정권에서처럼 법치주의가 논란거리가 된 적이없는 것 같다. 법치주의또는 법의지배는 누구나 법을 지켜야 하지만무엇보다 정부 권력이 법을 지킬 것을요구한다. 정부 권력이제멋대로 하지못하도록 통제하는 게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정부권력의자의적지배를 막아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장치다.그래서법치주의를민주주의의기본원리라고까지한다. 그런데그원리가 민주화 운동세력의정권이라는현정권에서전례없이논란이되고있는것이다.더불어민주당은 ‘입법 독재’라는 새로운 용어를 유행시켰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독재’ ‘전두환 독재’라는 말은있었어도입법독재라는말은 없었다. 민주당은임대차 관련법안과 부동산관련법안들을야당의반대도아랑곳하지않고국회법절차도무시한채통과시켰다.
지난 7월 28일 종합부동산세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관련법안11건을상임위원회에서처리하면서소위원회구성,소위원회심사,축조 심사(법안 조문을한개씩읽어가며심사하는 것), 상임위전체회의찬반 토론을 모두 생략했다. 다음날에는 세입자의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등을 도입한주택임대차보호법안을역시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미래통합당은민주당의일방 강행처리에반발해상임위원회에서퇴장했다.민주당은 상임위에서처리한 법안들을 7월30일과 8월 4일 국회본회의에서통합당이불참한 가운데모두 통과시켰다. 상임위심사에서본회의통과까지모든 절차를 며칠새에끝내버린것이다.
국회법제58조에는위원회는안건을심사할때대체토론,축조심사,찬반토론을 거쳐표결하도록 돼 있다.또한 대체토론 뒤에 소위원회에 회부하여이를 심사·보고하도록 한다고돼있다. 대체토론이란안건전체의문제점과 타당성여부에관한일반적토론 및 제안자와의질의·답변을말한다.법안심사에충분한토론과심사숙고를거치도록한 것이다.
졸속 처리를 하지말라는 규정도 있다. 법안이위원회에회부된날로부터일정기간이지나지않으면위원회에상정할수없다는국회법제59조 규정이다.이른바 ‘숙려기간’을 정한 것이다. 그기간은해당위원회15일, 법사위5일을합쳐20일이다. 그러나민주당은이기간제한도무시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은 독단적법해석에의한이른바 ‘해석 독재’로나라를떠들썩하게했다. 검사인사를 할때검찰총장 의견을 들어서하라는검찰청법제34조규정을검찰총장과협의해서하라는게아니고‘그냥들으라는것’이라고 해석한게그 예다. 추장관은지난3월인사때검찰인사위원회를불과 30분 앞두고검찰총장에게할말있으면하라고 했다. 지난 7일 두번째인사때는법무부담당과장을대검에보내검찰총장에게의견있으면내라고했다.
검찰총장은 검사들을 지휘하며검찰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책임자다.그래서검사인사는검찰총장과협의해서검찰총장의견을반영해하라는것이법규정의취지다. 이규정은노무현정부때만들어졌다. 그러나 그이전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협의해서인사를했다. 법규정은없었지만검찰총장의지위와역할상그렇게하는게당연했기때문이다. 이정권의초대박상기법무부 장관도 이관행과 법취지를 존중해문무일 검찰총장과 협의해서했다. 그런데느닷없이추장관이관행도, 법취지도깨고 ‘그냥 들으라는것’이라고해석하고나온것이다.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검사장회의에서도지휘권박탈은 위법·부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법조계에서도이런의견이많았다. 그럼에도추장관은물러서지않았다. ‘해석독재’라는말이안나올수없다.
해석독재의예는 또 있다.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교류협력법의반출에해당하고 따라서사전에통일부 장관 승인을받아야 한다는통일부 해석이그것이다. 남북교류협력법제2조는 반입·반출을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등을목적으로하는남한과 북한간의물품등의이동”이라고규정하고있다.대북전단살포가 매매, 교환,임대차 등어디에해당하기에반출이라는 건가. 더구나이법제1조는남북교류협력법의목적을남한과북한간의‘상호 교류와 협력을촉진하기위하여필요한 사항’의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가‘남북상호교류와협력을촉진’하기위한일이라는말인가.
민주주의는 결정의 ‘내용’에 관한 원리라기보다 ‘절차’에 관한 원리다. ‘무엇을’ 결정하느냐보다는 ‘어떻게’ 결정하느냐가민주주의의본질이다. 국회법에법안의전반적문제점과 타당성여부에관한 대체토론,소위원회구성과심사,축조심사,찬반 토론,숙려기간같은자세한입법절차를 규정한 것은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원리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내용보다 절차를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민주적절차를거친결정이라야그결정의정당성을인정받을수있기때문이다. 정당성을인정받아야 저항감을불러일으키지않는다. 또하
나이유는법안의전반적문제점과타당성여부에대한심사숙고의절차를거친결정이라야결정의부작용을최소화할수있기때문이다.
민주당은 임대차법, 부동산법처리과정에서국회법규정을 대놓고무시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야당 등은 ‘입법 독재’라는 말로 결정과정의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법안의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물건이사라지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곳곳에서갈등하고 있다. 인터넷에는집주인과 세입자의갈등사례를소개하며해결책을묻는글들이넘쳐난다. 부동산 취득세, 종부세,양도세가 한꺼번에올라집을팔수도, 살수도없이오도가도못하게됐다는하소연도 이어진다. 임대료(전·월세) 상한제는이미선진국가에서도입했다가 부작용이커폐지한정책이라는비판도나온다.
여론역시입법독재는안 된다는 쪽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등 4개여론조사기관이공동으로실시한 8월1주차 전국지표조사 리포트(8월 6~8일, 전국 1005명 조사)에따르면민주당의법안 처리방식에대한 질문에서‘다수 의석집권여당의독단적행동’이라는 응답이 53.0%, ‘총선 민심이반영된의석구조에따라일하는것’이라는응답이38.0%였다. 향후입법처리방향에대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협의’가 66%, ‘야당이 계속 반대시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는 30.0%였다. 압도적다수가민주당에절차적민주주의를정한국회법을지키라고요구하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