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라읽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당리당략적 시간 끌기와발목잡기에더이상부동산입법을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원내대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나서는“부동산 입법은 시간이촉박하고 급해서 그렇게 (강행) 처리했는데”라고 말했다고 주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전했다. 유신독재의명분이‘효율적 민주주의’였다. 민주적절차를 거치려면야당과 싸우느라 시간도 많이걸리고이는 국가행정에비효율적이라고 했다. 김태년대표의말은‘민주적절차=비효율’이라는유신시절을떠올리게한다.
17세기영국의정치철학자토머스홉스는 ‘법의 지배’는 말장난이라고했다. 인간이 지배하지어떻게 법이지배하느냐고 했다. 그는 “법에는 입이없다”면서“법은 사람을 통해서만 말을할 뿐”이라고 했다. 홉스가한말의본래뜻은법을무시하라는게아니다. 법은그자체로는중립적인것이라 그것을해석하고판단하고집행하는사람에따라흉기가될수도있고이기(利器.이로운 물건)가될수도있다는뜻이다. 그만큼‘법을 말하는 입’인 법집행자의상식과양식이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민주당은부동산과임대차관련법안 처리과정에서소위원회구성과법안 심사를생략한것을통합당이비난하자이렇게말했다. “국회법(제57조)은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했지‘반드시둬야 한다’고 한것은아니기때문에법위반은 아니다.” 그러나이법제58조에“상임위원회는안건을 심사할 때소위원회에회부하여이를 심사·보고하도록한다”고 돼있는규정은 외면한다. 합리적법해석은법규정들을종합적으로 검토해서법의취지에맞게해석하는 것이다. 자기한테유리한부분만뚝떼다가근거로삼는것은독단적해석이다.
독단적법해석은법의취지를왜곡해법을유명무실하게만든다.아무리법대로하는것이라고우겨도실제로는집행자멋대로하는것이다. 합법의가면을 썼지만 사실은 무법이고 비법이다. 이런곳에서‘법의지배’는 진짜말장난일뿐이다. 지금우리사회에서‘법의 지배’는 말장난이돼가고있다.
현집권세력이야당이나반대자를합법의가면을앞세워몰아칠수있는것은민주당이총선에서압도적다수당이됐기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힘의원천은 숫자다.다수가힘으로누르려할때소수가할수있는방법은없다.통합당이민주당의다수결강행정치에속수무책인현실이이를잘 보여준다.
미국하버드대학의정치학과교수 2명이쓴책<어떻게민주주의는무너지는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요소로두 가지를 꼽았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다. 상호 관용은 자신과 다른 집단의존재와의견도인정하는 정치인들의의지를 말한다. 제도적자제란 주어진법적권리를 신중하게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자제는 선거로압도적힘을 갖게된현집권 세력에필요한 덕목일것이다. 이들에게이런덕목을기대할수있다면얼마나 좋을까. 그러나아마도연목구어일것이다.나무에올라가서물고기를구하는게연목구어다.도저히불가능한일이라는뜻이다.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