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에게도‘독재자’라고욕한이가있었다
“대통령이라는 자가이나라를 공산당에게넘겨주려한다.”
마치우리나라 어느 보수단체 집회에서나 들릴법한 주장이다. 하지만이말은미국의유력정치인이던조지C 월리스의연설내용이다. 민주당출신이던그는앨라배마주지사를네번이나 역임했고, 한때미국 남부를 휩쓸었던 ‘독립당’의 대통령후보가되기도했다.
‘공산당에게나라를넘겨주려한다’는 비난을들었던대통령은역대미국 대통령가운데가장 위대한인물중하나로 꼽히는존 F 케네디이다. 월리스는케네디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기도했고 ‘미국의 정체성을 혼란시켰다’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50년전美독립당조지C월리스와현재
1963년 골드마켓 연설에서는 “우리에게 족쇄를 채운 독재자를 향해 외쳐야 한다. 위대한 우리조상들의이름으로 자욱한 흙먼지를 헤치고 폭정(tyranny)의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청을높이기도 했는데, 역시케네디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조지 월리스는 미국 역사장 가장 악명이 높은 인종차별주의자 중 하나로 꼽힌다. “오늘도 인종분리, 내일도 인종분리, 영원히 인종분리(I say segregation now, segregation tomorrow, segregation forever.)”라고 외쳤던그의연설은아직까지인종차별주의자들의전설로돼있다.
진보성향인케네디대통령과는원래부터결이다를수밖에없었던사람이지만결정적으로케네디와척을 지게된것은 1963년 7월에 벌어진 ‘앨라배마주립대 사건’ 때문으로알려져있다. “Stand in the Schoolhouse Door” 사건으로도알려져있기도 한바로그 사건이다.
자유민주주의대변인과독설가양면성
당시앨라배마주는 흑인들이다니는 학교와 백인들이다니는 학교가 분리돼 있었다. 주립대학에는흑인이입학할수 없었다. 그러나 1963년 美연방대법원이흑인들의입학을허용하라는판결을내리면서상황이급반전하게된다. 더이상흑인들을거부할수없게됐기때문이다.
당시앨라배마 주지사였던 조지월리스는 연방대법원의판결을 받아들일수 없다며학교 정문에서흑인 학생들의등교를 막아섰다. 연방정부에서법무부 차관까지보냈지만 꿈쩍도 하지않았던그는결국미연방군이동원된이후에야 물러섰다. 이과정에서 캐네디 대통령은 주 방위군을 연방군에편입시키는극단적인조치까지동원했다.
이사건으로 조지월리스는 민주당 내에서정치
적입지가상당히약화된것으로알려져있다. 같은민주당의연방 대통령과 그처럼극단적으로 대결(혹은 ‘항명’)을 벌였으니어쩜당연한 것일수도있다. 더구나 무력을동원해연방 대법원의판결에저항했다는것을용납할수있는민주당원은드물었다.
케네디대통령이암살되고난 뒤, 그에대한 추모열기가 높아질수록 월리스에 대한 비난도 커져갔다.
사실, 조지월리스의언행은이해하기어렵다. 그당시에도물론이지만지금현재우리의시각으로도도무지수긍이 안된다. 인종차별정책을 그토록 당당하게시행하려했던것은 물론이고 정당한 대통령의지시를힘으로거부한것도그렇다.
감히인종차별주의자 따위가 케네디같은 인물을독재자라고공격한 부분에서는 실소를금할수없다.어처구니가없다고하는것이더맞는표현같다. 게다가 인종차별을 막는 것을 두고 ‘폭정’이니‘국가 정체성’ 운운했다고 하니미국의정체성이인종차별-백인우월주의였다는 건지 싶은 생각도 든다. 흑인의대학입학을 막은 월리스야 말로 폭정이고, 힘으로 대법원판결을 뒤집으려한 행위야말로독재라고불려야맞는게아닌가말이다.
비판의자유와공직자의자세
어떻게자유민주주의의대표라고하는미국에서이런 사람이유력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궁금하다. 심지어그런억지가 통해서표를얻어냈고 남부지방을 휩쓸기도 했다고 하니트럼프가 대통령이된 것이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든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진리와정의를위해싸우는사람들은비방과 모함,오명을쓸수밖에없다”면서자신을비난하는사람들을“값싼 선동가”라거나 “이기적인 급진주의자”라고 욕했다.
이런독설덕택인지그는극단적인종차별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높은인기를 구가했다. 나중에는민주당을 탈당해 ‘독립당’이라는 제3 정당을 창당해대통령후보가됐다.
기껏해야 50여년전, 민주주의최고의선진국이라는미국에서일어난일이다.
얼마 전김무성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한 토론회에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하태경 의원이. 지난해에는황교안 전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신상진전의원등이문대통령을독재자라고비난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집회에서도 비슷한말들이쏟아진것으로알려져있다. 심지어현직검찰총장까지말을 배배꼬아가며‘독재와 전체주의’라는말로비방대열에동참했다.,
대한민국에는 비판의자유가 있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언제나 국민의비판과 감시를 받아야할 의무도 있다. 정치적중립의무가있는 검찰총장의 경우도, 그 경망스러운 언행이지만 굳이지적하고싶지는않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얼굴에서조지 C 월리스가겹쳐져보일수있다는것은 명심했으면 좋겠다. 보기에따라매우역겨울수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