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북한이 '을'이라는착각 乙

- 기고 김근식 경남대교수정치학

최근 북한의 강경 대응을 보노라면 한반도에서 갑을관계를 의심케 한 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한 남북관계 정상화는 잘못된 갑을관계를 바로 잡겠다는것이었다.

시혜를 베푸는 쪽이 우리인 만큼 남북관계에서 명백히 북이 을이라 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당한 기다림 의 전략을 구사하면 대남 의존적인 북은 반드시 고개를 숙이고 굴복해 나올것이라는계산이었­다.

북이 항상 을이라는 인식은 경제 사정이 곤궁한 탓에 외부로부터 경 제적지원을원한다는전­제에서다.

특히 김정은 체제는 정치적 불안 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의 경제 적 지원이 더더욱 절박하다는 분석 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남쪽에 손 을 벌리고 남북대화에 적극 나설 것 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정책적 결 론은 남측이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다는데로모아진다.

그러나과연그럴까? 그런가정은 북한이 경제적 지원을 꼭 남쪽에만 의존할 때에야 가능하다. 남쪽이 아 닌 대체재가 존재한다면 사정이 달 라진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던 것도 갑을관 계를잘못판단했기때문­이다.

갑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이명박 정부 에 북은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 았고, 오히려 대체재를 찾아 중국으 로 달려갔다. 북은 남측에 굴복하지 않고군사적도발로응수­했다.

더욱이 최근 북한은 대외전략의 전환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북한의 대외전략은 체 제 인정과 안전보장을 미국에 담보 받고 경제적 지원과 협력은 한국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0여 년 간 지속된 이 노선이 최근 변화 조 짐을보이고있다. 선거에 의해 주기적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그로인해힘겨운협상과 대립을 반복해야 하는 미국과 한국 보다 중국에 북한의 안보와 경제를 의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효율적 이라는판단이가능해진­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주요 2개국 (G2)으로 성장한 중국도 북한의 안 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일정하게 책 임질수있게되었다. 천안함 사태 당시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을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북한의 입장을 시종일관 두둔한 사 례는 이제 안보를 미국 아닌 중국에 의존해도가능하다는방­증이었다.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 역시 북중 경협의 확대로 충분히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남북경협의 빈자리에 황금평 위화도가 대체되었고, 남북 교역의 감소만큼 정확히 북중 교역 이 증가했다. 굳이 미국에 읍소하지 않아도 한국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안보와 경제적 필요를 나름 충족시 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역설적으로 북이얻은교훈이었다면­과장일까?

한국과 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북한의 입장은 금년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연 설문 전반에 녹아 있는 분위기는 상 당한 '자신감'이었다.

강성대국 원년의 활기찬 평양의 모습, 고층 아파트와 나아진 전력 사정 등은 방북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연말 은하3호 발사 성 공도 북의 자신감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

신년사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한 반도 비핵화 등 미국을 겨냥한 적대 적 혹은 우호적 입장을 전혀 드러내 지 않은 점이나 대남과 관련해 기존 의 원칙적 입장만을 재확인하고 있 음도 북이 먼저 입장을 정하지 않고 미국과 한국에 공을 넘기는 전략으 로해석되는대목이다. 안보리 결의 이후 북의 강경한 제멋대로도 같은 맥락이다 .

현실이 이러함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북이 을임을 강조하는 안이 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잘못된 정세 인식은 그릇된 정책 선택으로 귀결된다 . 아쉬운 것은 북쪽이니 우 리가 나서서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펼 필요가 없다는 결론 이다.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자의적 갑 을관계론에 매몰된다면 남북관계는 시작부터가시밭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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