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하물며나무도살찌우는­데 …

- 한성윤목사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달각 달 각거리다가 갑자기 자판 위를 누비 던 손 등에 내려앉는 햇살을 느끼 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오후의 노 을이 구름 속을 뛰어 손 등에 마실 을 온 것입니다. 손 등을 물들이고

춤을 추던 노을을 보고 있으면 모 니터 속에 있던 세상이 갑자기 튀 어나온것같습니다.

숨가쁘게 뛰어와서는 말도 없이 가버리지만그 아름다움을 더 보 고 싶어서 자리에서 기어코 일어 나게 만들고야 맙니다 . 힘을 뿜어 내던 한 낮의 태양이 이렇게 우리 의 마음을 물들이고 하루의 문을

닫으며 저 아래로 성큼 내려갑니 다. 태양의 하루는 마지막까지 아 름답습니다.

겨울이 한 창인데도 나뭇가지를 붙들고 버티던 잎새들이 마구 떨어 지는비에게는항복한모­양입니다. 도로 변에도 집 앞에 길에도 그냥 가기 서운한 낙엽들이 길바닥에 찰

싹 붙어서는 한 해 내내 빛을 머금 으며싱싱하게 지내온 날들을 추억 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LA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겨울을 맞는나뭇잎 들이벌이는색깔의향연­은진정감 탄의소리밖에는 나올 것이 없습니 다. 나무의 한 해는 마지막까지 아 름답습니다. 그러나오늘도몸을누일­곳을걱 정하는 이들에게, 하루 종일 일을 찾아 뛰어다녔던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로우울했던이들에­게, 외로움 으로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이들에 게는 노을도, 낙엽도 어쩌면 모두 하루의 아픔이요, 한 해의 상처일 수 있습니다. 노을은 아름답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치요, 이제 어둠과 추위를 생각해야 하는 경고가 될 수 있습니다. 낙엽은 더 욱 쓸쓸합니다 . 내 인생도 저렇게 바닥에붙어쓸려가는 낙엽처럼 외 로워보입니다.

그러나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의 얼굴을 물들이고 캔버스에 옮기기조차 아까운 색깔들을 수놓 기 때문만 은 아닙니다. 노을은 사 치가아닙니다. 노을은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하나님 의 성실하신 마음입니다. 태양이 떨어지는 순간 , 별 볼일없는 찰나 까지도 이렇게 아름답도록 만드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인생을 향해 말 하시는 속삭임 입니다 . "하물며너 희 일까보냐?" 우리가궁전에 살던 지, 초가삼간에눕던지, 하늘을이 불로 삼든지 하나님은 똑같이 부르 십니다 . 찰나까지도아름답게하­시 는하나님이당신을아름­답게하시 려고부르십니다.

낙엽이 아름다운 이유는 타오르 는 빨강이나 , 숨기지 못하는 노랑 에만있 는 것이 아닙니다. 낙엽은 나무를 위해 떨어지기에 아름답습 니다. 낙엽은 그 찬란한 봄날과 여 름에나무를위해빛났던­것처럼마 지막에도나무를위해주­저없이 떨 어집니다. 낙엽은땅에떨어지며 나무를 살 립니다 . 낙엽은 쓸쓸하지 않습니 다. 낙엽은 마지막 한 숨결까지도 우리를위해다주시려는­하나님의 마음이니까요. 자신이떨어져나무 를 살리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아무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고 돌 아봐줄쓸쓸한인생마저­없다고낙

나성남포교회 엽을 보면서 슬퍼하지 마십시오. 언제 불타버릴 지도 잘려버릴지도 모르는하찮은나무를위­해싹을틔 우고, 나무를 위해 빛나는 봄을 보 내고, 바람에 쉬지 않고 비벼대며 나무를살찌우고, 마지막까지자신 을나무에게주는잎새를 지으셨다 면당신을향한하나님의­마음은어 떠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이토록 벅 찬 하나님의 마음 속에 있다면, 우 리도 노을처럼 아름답게내주위를 물들이고, 이웃과 동무들을 위해 낙엽같이 영롱하게 타오르다 주저 없이 떨어질 수 있다면 이 어찌 찬 란하지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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