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인사청문회의 '옥석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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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는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를 뜻한다 . 부와 권력과 명성을 지 닌 사회지도층은 국민에 대한 의무 를 실천하는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는의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기원전 700 년 전에 쓰여진 호머의 일리아드에 는 귀족들이 솔선수범해 전쟁에 나 갈것을촉구하는내용이­나온다 .로 마 시대에도 호민관이나 집정관 등 고위 공직자들과 귀족의 사회적 책 임을강조한기록이있다 . 실제로 로 마의 집정관과 귀족들이 다수 전쟁 에 참가해 전사하기도 했고 후기 로 마시대 귀족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전쟁을지목하는역사학­자도있다. 프랑스 작가 발자크의 작품에는 '젊은이들에게해줄수있­는당부를 가장잘함축한오래된경­구'로노블 레스 오블리주가 등장한다 . 발자크 는 사회지도층이 자신들의 이익이 나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단지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하는 행동 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정의했다 . 그만큼 서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 블리주는 상류계층을지탱하는 정신 적규범으로자리잡아왔­다.

귀족 신분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유층 재산 의 사회환원에 초점이 맞춰지기는 했지만 근본 정신은 같다 .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 철도재벌 윌리엄헨 리 밴더빌트 , 석유재벌존데이비슨 록펠러 등도 19세기 산업을 독과점 하면서 막대한 부를 이뤘지만 후에 자선재단, 학교설립, 문화사업등으 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 여주었다. 록펠러는 '부자로 죽은 것은부끄러운일'이라고말했다.

한국에서 공위 공직자를 임명하 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후보자가 지 명되면 거의 어김없이 불법 재산증 식, 편법증여 , 자녀군대기피 의혹, 위장전입등이거론된다 .

얼마전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 금의 불법적인 머니마켓펀드 투자 등 비리의혹이 드러나 사실상 낙마 했다. 법을 수호하고 지켜야 할 헌 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법을 어긴 것 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 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자녀 편법증여 의혹, 부동 산 투자 , 두 아들의 병역비리 등이 문제였다 . 결국 김 후보자는 29일 자진사퇴입장을표명했­다.

지난 24일 연방상원 인준청문회 에서는 존 케리 차기 국무장관 지명 자가 출석해 자신의 외교적 견해를 밝혔다 . 청문회는 케리지명자의외 교업무 역량과 향후 외교정책을 검 증하는 자리였다. 미국에서 지명자 의 사생활에 대한 검증은 사전에 비 공식적으로 이뤄져 청문회장에서는 주로 임무수행에 관련된 공적 사항 만을 점검한다. 한국 국회청문회에 서 후보자에 대한 인식공격성 비방 이오가는것과는대조적­이다. 김용준 지명자까지 낙마하자 언 론에서는 공위공직자 후보들을 선 별하는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고 지적한다. 검증을 철처히 해부 자격자를 사전에 골라내자는 것이 다. 그러나 검증시스템의 강화보다 사회지도층에 만연돼 있는 비리와 불법을먼저척결해야한­다. 검증은 수많은 돌 속에서 옥(玉) 을 찾아내는 일이다. 쉽지가 않다. 옥이 드물고 돌이 많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검증시스템 강화는 옥을제 대로 추려내자는 것이지만 근본적 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옥석 가리 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돌을 만 들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가 우선돼 야 한다. 돌이 사라지면 굳이 찾지 않아도 옥은 스스로 빛을 내기 마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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