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시니어들의 '철없는' 봄나들이

- 원창호 방송인

그날 아침 하얀 배꽃을 닮은 리무진 을 타고 프레즈노로 달리는 우리들 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었다. 원로 동요 작곡가 권길상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니어들의 힐링캠프. 그가 작 곡 한 '꽃밭에서'와 '과꽃'을 힘차 게부른다.

우리에게 떠남의 의미는 각별하 다. 김춘수의 시 '꽃'을 낭송하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읊으면서 기억 저편 학창 시절로 돌아가서는 마냥 박수치며 웃고 노래하는 저들 은그저어린이였다.

예순이훨씬 넘은 가이드는 연실 봄을 주제로 한 동요와 가곡과 가 요, 올드팝송들을들려주었­다.

베이커스필드의 드넓은 평원을 지나면서 눈물겨우리만큼 애잔한 꽃들의 은하가 펼쳐진다. 왈츠를 추 는 아몬드꽃, 배꽃 그리고 복숭아꽃 들. 그리고 핑크빛, 하이얀 빛, 노 란 색깔…. 세상의 무지개가 거기 다 모여 있었다. 그것은 봄날의 황 홀한 소리없는 아우성이었고 노스 탤지어였다.

드디어 블라섬 트레일(Blossom Trail)에 들어선다. 저 끝간 데 없 이펼쳐 지는 꽃의 파도, 잘 구획된 꽃길을 지나노라면 꿈속 같다. 우리 는 탄력 넘치는 나무병사, 꽃생도들 의 사열을 받았다. 모두들 감격한 모습이었다.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 왔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활짝 폈네…”

낭만파 가이드는 주문했다. '아! 꽃길'을 제목으로 3행시를 지으라 고. 즉석3행시가나온다.

우리는 꽃밭에서 봄을 따고 보석 을주웠다. 꽃밭에서잃어버린청춘 을 되돌려 받았다. 누군가가 말했 다. 여기가 천국이며 무릉도원이라 고. 이것이야말로 대학야구보다 더 짜릿하고신바람나는 '3월의 광란' 이라고.

패티 페이지와 냇킹콜의 그 감미 로운 선율에 실려 야생화들이흐드 러지게 핀 하이 웨이 를지나 요세미 티 그 푸른 산중 호숫가에 닿는다 . 울창한 숲 , 그리고산바람에 온몸을 씻은 햇살이 가득 부서지는 호수가 있는 풍경은 또 사람들을 마냥 설레 게 한다. 황혼이 깃드는 호숫가 레 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권 선생님은 동요 세상의 보따리를 풀 어 놓는다 . 그리고 그가 몸소 연주 하는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니 모두의가슴에그리움이­번진다. 호숫가로 나아가 모닥불을 피워 놓고 달빛 아래 캠프파이 어를 하면 서 부르는 박인희의 노래는 얼마만 인가. 어떤 이 는 눈물을 몰래 훔친 다. 차마 이밤과 헤어지고 싶지 않 아서 모닥불이 다 타도록 자리를 떠 나지않으려는소년소녀­들. 달빛 흐르는 창가로 들려오는 호 수 기슭을 쓰다듬는 물소리는 끊어 질듯 이어질듯 들려 오는 에밀레 종 소리였다. 모닝콜을 부탁하지 않아 도 됐다 . 산새가 대신할터이니. 아 침 안개가 물감을 풀고 그린 호수의 수채화가 바라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듣는 권 선생님의 정결한 라이 프스 토리 . 그리고 가슴 시린 아침 숲속의 산 책 . 다시 버스는 오렌지 블라섬 트 레일을 지나 도시로 달려간다. 황 혼녘 돌아오는 길에 '꽃밭에서'를 다시부르고 '과꽃'을부른다.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서 발을 동 동 구르는 꽃이 된 사람들. 다 내려 놓고 ,다 잊고 , 다 치유받은 그 여 정 . 거기에노인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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