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사람사는곳어디나갈등­있어시골이예외일리 없더라

- 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67)

내가 살고 있는 시골 동네는 집성촌이다 . 우리 식구를 제외하고는 동네 사람들이 모 두 일가친척이다. 현재 동네 가구 숫자는

30호 남짓이다 .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기 전, 한때는 60가구가 넘어 시골치고는제법큰동네­였다고한다.

나는 2008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금의 시골 동네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에 한 일은 집을 짓는 거였다. 내가 당시 산 땅은 대지와 밭이었다 . 집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 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웃 한 사람이 무리한 요청을 해 왔다. 대지 자리를 푹 꺼

뜨려 집을 낮춰서지으라는거였다 . 대지를 낮추는 대신 나는 지붕 높이를 1m 가량 줄 이는선에서그사람과갈­등을봉합했다.

밭과 관련해서도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밭 위에는 불법건축물이 있었다. 나는 그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보상을 해줄 이유도

없었으나 , 3백만 원 남짓의 돈을 건네주고 문제를 풀었다 . 이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 과일부동네 사람들은 내가 텃세를 당하고 있다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내자신은텃세를제대로­느껴본적이없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갈등이 있게 마련 이다. 이익이 충돌하고, 그 이익을 나누는 경계가 어디쯤이냐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

이있을수밖에없다.

최근 나는 제법 큰 일을 해냈다 . 우리 밭 에 점심때까지 그늘을드리우던 나무 십 수 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이 나무들은 내 소 유가 아니라 , 동네 문중 것이었다. 아버지 가 문중을 지난 4년 동안 설득했지만, 하지 못했던벌목을내가성사­시켰다.

문중의 연장자를 꾸준히찾아 보고, 통사 정을 하기도 했으며, 논리적인 설득도 병행 했다. 물론 아주 약간의 돈도 들여야 했다. 나무를 베어내고 나자, 우리 식구들만 좋아 한 게 아니었다. 문중 측 사람들도 그간의

찜찜한 마음을 털어낸 듯 개운한 표정들이

었다 . 시골에서는 법과 규정보다는 ' 인지상정 ' 으로 일을 풀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최 근 내가 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집 옆의

땅을 두고 주인과 동네 주민 한 사람이 첨 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옆에서 보기에도 위 태로운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서로 이

해가엇갈린탓이다 . 나는 다툼 중인 양자가 문제를 원만히해 결하길 고대하고 있다. 다툼의 발단이 된 땅을 내가 사들이느냐 마느냐는그다음문 제다 . 내가 끼어들어 혹시라 도 더 험악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요즘에는 일부러 갈등 을빚고있는양측사람들­을멀리하고있다. 최근 들어 시골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 등을 검색해 보면 시골

의 원주민과 새롭게 둥지를 튼 이주민 간의 갈등얘기도넘쳐난다 . 저마다 사정이 있을 터이니 , 저간의 속내 도 모르고서 갈등의 당사자들을 싸잡아 비 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원주민이나 이주민 이나 서로에게 실망감을 나타내기 전에 한 번쯤입장을바꿔 생각해볼필요가 있는 건 분명하다. 시골 생활을 하면서 이웃들을 유심히 관

찰해 보면, 시골에 거주한다는 그 이유만으 로도시사람과다른사고­방식을기대할순

없다 . 품성이란 본질적으로 개개인의 문제 이다. 시골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심이 좋고, 도시 사람이고 해서 각박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게다. 상대에 대한 막연한 선입

견은 종종 갈등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별거 아닌 음식이라도 조금씩 나눠먹고, 또 상대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 주다 보면 저절로 마 음은 통하기 마련이라는 게 지금까지 시골 생활의경험이다.

' 일체유심조 ' , 즉 세상 만사는 마음 먹기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은 시골 생활 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도시 출신이지 만무난하게시골 생활에 뿌리를 내릴수있

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 스스로가 시골 사람들과 별반다를게없다는 믿음을 확고 히가졌던때문이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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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흙을쌓고나무를심어­진입로를봉쇄하면서양­측간갈등이증폭되고있­다.
땅 주인과 이웃 한 사람이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집 옆의 땅으로 통하는 진입로. 포장된 도로 위 에흙을쌓고나무를심어­진입로를봉쇄하면서양­측간갈등이증폭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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