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곳어디나갈등있어시골이예외일리 없더라
내가 살고 있는 시골 동네는 집성촌이다 . 우리 식구를 제외하고는 동네 사람들이 모 두 일가친척이다. 현재 동네 가구 숫자는
30호 남짓이다 .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기 전, 한때는 60가구가 넘어 시골치고는제법큰동네였다고한다.
나는 2008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금의 시골 동네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에 한 일은 집을 짓는 거였다. 내가 당시 산 땅은 대지와 밭이었다 . 집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 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웃 한 사람이 무리한 요청을 해 왔다. 대지 자리를 푹 꺼
뜨려 집을 낮춰서지으라는거였다 . 대지를 낮추는 대신 나는 지붕 높이를 1m 가량 줄 이는선에서그사람과갈등을봉합했다.
밭과 관련해서도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밭 위에는 불법건축물이 있었다. 나는 그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보상을 해줄 이유도
없었으나 , 3백만 원 남짓의 돈을 건네주고 문제를 풀었다 . 이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 과일부동네 사람들은 내가 텃세를 당하고 있다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내자신은텃세를제대로느껴본적이없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갈등이 있게 마련 이다. 이익이 충돌하고, 그 이익을 나누는 경계가 어디쯤이냐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
이있을수밖에없다.
최근 나는 제법 큰 일을 해냈다 . 우리 밭 에 점심때까지 그늘을드리우던 나무 십 수 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이 나무들은 내 소 유가 아니라 , 동네 문중 것이었다. 아버지 가 문중을 지난 4년 동안 설득했지만, 하지 못했던벌목을내가성사시켰다.
문중의 연장자를 꾸준히찾아 보고, 통사 정을 하기도 했으며, 논리적인 설득도 병행 했다. 물론 아주 약간의 돈도 들여야 했다. 나무를 베어내고 나자, 우리 식구들만 좋아 한 게 아니었다. 문중 측 사람들도 그간의
찜찜한 마음을 털어낸 듯 개운한 표정들이
었다 . 시골에서는 법과 규정보다는 ' 인지상정 ' 으로 일을 풀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최 근 내가 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집 옆의
땅을 두고 주인과 동네 주민 한 사람이 첨 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옆에서 보기에도 위 태로운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서로 이
해가엇갈린탓이다 . 나는 다툼 중인 양자가 문제를 원만히해 결하길 고대하고 있다. 다툼의 발단이 된 땅을 내가 사들이느냐 마느냐는그다음문 제다 . 내가 끼어들어 혹시라 도 더 험악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요즘에는 일부러 갈등 을빚고있는양측사람들을멀리하고있다. 최근 들어 시골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 등을 검색해 보면 시골
의 원주민과 새롭게 둥지를 튼 이주민 간의 갈등얘기도넘쳐난다 . 저마다 사정이 있을 터이니 , 저간의 속내 도 모르고서 갈등의 당사자들을 싸잡아 비 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원주민이나 이주민 이나 서로에게 실망감을 나타내기 전에 한 번쯤입장을바꿔 생각해볼필요가 있는 건 분명하다. 시골 생활을 하면서 이웃들을 유심히 관
찰해 보면, 시골에 거주한다는 그 이유만으 로도시사람과다른사고방식을기대할순
없다 . 품성이란 본질적으로 개개인의 문제 이다. 시골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심이 좋고, 도시 사람이고 해서 각박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게다. 상대에 대한 막연한 선입
견은 종종 갈등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별거 아닌 음식이라도 조금씩 나눠먹고, 또 상대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 주다 보면 저절로 마 음은 통하기 마련이라는 게 지금까지 시골 생활의경험이다.
' 일체유심조 ' , 즉 세상 만사는 마음 먹기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은 시골 생활 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도시 출신이지 만무난하게시골 생활에 뿌리를 내릴수있
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 스스로가 시골 사람들과 별반다를게없다는 믿음을 확고 히가졌던때문이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