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당시청와대·중정직원이현장감독”

돈도기술도시간도없어­피눈물 끼니걱정하던국민혈세­로만들어 요즘한인들은그의미를­아는지 …

- 제작 책임자김철오대표

우정의 종을 만든 제작 책임자는 한 국 범종사 의 김철오(72) 대표다. 부족한예산 을 사재를 털어 충당할 정도로 그는 열정적으로 종을 만 들었다. 최근 본지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 그 는 10여 분간 말하다가 “몇십 분으로는 말을 다 못한다 ”면서 다음날 다시 전화하라고 했 다. 그는 그동안 참았던 말들을 몇시간 동안 이나 지치지 않고 쏟아냈다. 종 제작 당시 서 른넷 한창이던 그는 이제 일흔을 넘겼다 .그 와 37년 전 종을 만든 그때로 거슬러 올라갔 다. 그는 몇차례나 “비둘기똥투성이 종이 안 타깝다”고 했다.

-미국 독립기념 200주년 선물입니다. 왜 종을선물했나요.

“한국은 가난했습니다. 부자나라에 주는 선 물이니 금전적인 가치보다는 의미를 부여하자 는 취지였어요 . 나중에 들은 말로는 박정희 대 통령이 '동부에 독립 100주년 자유 여신상이 있다면서부엔독립20­0주년우정의종이있다 ' 는대표상징물로제작을­지시했다고해요.” -제작당시가기억나세요. “어떻게잊습니까. 처음부터끝까지어려웠 어요. 돈도 , 기술도, 시간도 없었어요. 피눈 물나게어렵게만든종이­에요.” -제작비는얼마나들었습­니까. “전체 정부 예산은 40만~50만 달러가 들었 다던데, 실제 제작비로는 제게 1억 원도 안줬 어요. 필요한비 용은 2억이었는데 절반으로 깎으라는 지시가 중정(중앙정보부)에서 내려 왔죠 . 대통령 특별 하명이었으니까 만드는 내 내 청와대나 중정 직원이 나와서 현장에서 감 독했어요 .” -기술이없었다고하셨습­니다. “지금이야 그 종보다 더큰종도만들수있 지만,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었어 요. 그런 종을 만들어 본 기술자가 없었어요 . 1~2톤의 종도 만들기 힘든데 우정의 종은 20 톤에가까웠어요.” -작업환경이열악했다고­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20톤 쇳물을 만들 대형 도가 니가 필요했는데, 당시 한 국 내에서 가장 큰 도가니가 500kg짜리였습니­다. 궁여지책으로 1톤짜리 도가니를 22개를 만들어서 따로쇳물 을끓여야했어요.” -사고는없었나요. “다행히 없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습니다 . 종을 다 만들고 나서 현장에서 일하던 종장들이 많이아팠어요 . 쇳물 온도는 1500도가 넘습니다 . 그 열기가 폐에 스며들어 서 후유증을 앓아야 했죠. 일찍 돌아가신 분 들도많습니다.” -기억나는에피소드가있­으세요. “종을다만들고부산항까­지 옮기는 작업이 장관이었습니다. 그때우리회사가강남양­재 동고속도로변에 있었는데 , 도로에종을올리 기위해대형기중기를동­원했어요. 고속도로 를 떡하니 몇시간 막고 차가 다니지 못했습니 다. 대통령 지시로 가능했죠. 하늘 위로 떠오 르는종을보는데가슴이­뭉클했습니다 .” -종을 만든 뒤 미 국에 와서 보신 적 있으십 니까.

“3번 갔어요 . 마지막 갔을 때가 만든 지 20 년됐을때니까 90년대 후반쯤이네요 . 비둘기 똥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 표면이 삭은데다 단 청은색이바래서… . 가슴이아팠어요.” - 어떻게보존해야합니까. “태평양을 굽어보는 해변가 위치는 상징적 으로는 좋지만, 보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습 니다 . 소금 바람(해풍) 때문입니다 . 원래 종 은 바닷가에 두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요즘 은 기술이 발전해서 큰 돈을들이지않고도보 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 비둘기 똥만 치워도… .” -미국에서 관리가 부실합니다. 이유가 뭐

라고생각하세요.

“필라델피아에 ' 자유의 종'이 있다고 하데 요. 첫 타종 시에 깨진 종도 상징적의미때문 에박물관에서 공을 들여 보존한다고 합니다 . 우리 우정의 종은 어떤가요. 시정부나 한인들 이 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만들었는 지, 앞으로 이 종이 왜 필요한지 다들 모르고 있는것같습니다 .” -종은김대표께어떤의미­일까요. “끼니 걱정을 해야했던 국민의 혈세로 만들 었어요. 수백 개의 종을 만들었지만 내겐 가 장 귀한종입 니다 . 에밀레종을 만들 때 어린 애를 넣었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뼈에들어있 는 인을 지금도 종에 넣어요. 뼈와 살이 녹여 진종이우정의종입니다.” 정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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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가 제자인 채동희 사장과 2003년 제작한 만해
마을의 '평화의종' 앞에서기념촬영했다.
우정의 종 제작 책임자인 범종사의 김철오 대표(왼 쪽)가 제자인 채동희 사장과 2003년 제작한 만해 마을의 '평화의종' 앞에서기념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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